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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 내적으로 살펴보죠. <뮌헨>이 전제하고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현실성'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이 단순하고 평면적이어서 공감이 가지 않았어요. 사실 지난 달 <뮌헨>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에릭 바나에 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뒤지다가 미국 저널이 그가 맡은 에브너 캐릭터에 대해 '한계 상황에서 믿었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분열해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기에 궁금해 했거든요. 기대가 컸었나봐요. 제가 본 에브너는 그다지 매력이 없더군요. 처음 그가 임무를 맡을 수밖에 없었던 타당성(자신을 험한 상황으로 내모는 것을 정당화하는 논리 말이죠)도, 살인을 거듭할수록 변화하는 모습도 치밀하게 묘사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내적인 묘사가 부족했던 거죠. 물론 주인공이 내적 갈등과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를테면, 독백과 같은 과시적인 방식의 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복선을 깔아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시각적인 상징이나 생각없이 흘리는 듯한 말 한마디, 무심코 취하는 행동 하나일 수도 있겠죠. 때론 당장의 내러티브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이런 요소들이 쌓이고 쌓여 종국에 하나의 정서적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오히려 <뮌헨>은 폭력의 스펙터클을 전시하는 데 급급한 것처럼 보였어요. 사건 진행의 긴박감도 그런 인상을 주는 데 한 몫 했고요. ![]() 영화의 폭력적인 스펙터클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고어 영화를 좋아하는 저는 초현실적인 폭력 장면을 보면 심지어 식욕을 느끼기도 해요^^; <뮌헨>의 폭력 스펙터클을 문제 삼는 것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내세우는 영화이기 때문이죠. 예전에 김봉석 평론가님의 <시티 오브 갓> 평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소년들이 갱단의 일원이 되어 총을 쏘고 살육할 정도로 열악한 브라질 슬럼가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했어요. 그것은 물론 끔찍하고 슬픈 풍경이죠. 하지만 김봉석 평론가님은 묻습니다. 열 살 남짓한 소년이 총을 쏘아 한 무리의 사람들을 사살하는 장면에서 당신은 솔직히 약간의 쾌감도 느끼지 못했냐고. 저는 그 질문에 거리낌없이 '느끼지 못했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물론 살인에 어떤 죄책감도 부여하지 않는 할리우드 오락 영화 같은 맥락에서 표현된 것은 아니지만, 살인 장면의 화면 구도나 색감은 시각적으로 즐거울 만큼 스타일리시했거든요. 사람에게 어느 정도는 폭력을 즐기는 본성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김봉석 평론가님도 예로 들었던 <킬빌> 같은, 처음부터 아예 거짓임을 전제한 폭력 영화가 소비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저도 찬성합니다. 하지만 스크린 속의 폭력이 지구상의 어떤 사람, 우리 곁의 어떤 사람, 혹은 당장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실화라면 다릅니다. 그런 영화를 보는 것은 이를테면, TV 뉴스에 보도되는 이라크 전쟁을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즐거워해서는 안되고, 비판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관객의 최소한의 인간성이고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폭력의 스펙터클이 관객을 얼마나 폭력에 둔감하게 만드는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실제적인 폭력을 즐기도록 조장하거나 많이 보여주는데 급급해하지는 않아야한다는 겁니다. 제가 폭력의 스펙터클을 실화와 연결하는 감독에게 신중한 태도를 요구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 물론 <뮌헨>이 이 상황을 즐기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지 보라,고 말하는 듯 폭력적인 장면을 줄줄이 늘어놓기에 바쁘죠. 강박적이고 조바심 내는 태도로요. 영화가 폭력을 전경화하는데 몰두하는 동안 정작 사람들은 소외됩니다. 영화의 막바지에서 에브너가 "그동안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며 히스테리컬한 피해 의식과 상처를 드러낼 때, 느닷없다는 생각이 든 것은 저 혼자만이었을까요? 그만큼, 주인공인 동시에 영화의 주제였던 그 개인에 대한 영화의 관심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누구라도 그런 상황을 겪게 되면 마음이 황폐해진다는 피상적인 사실 외에 우리가 에브너라는 사람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무엇이죠? <브로크백 마운틴>이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로서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된 것은,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그것이 매우 개인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섬세한, 그리고 인간적인 관심은 필연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를 이끌어내는 법입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에브너가 마치 미션을 차례차례 해결해가는 게임 속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뮌헨>은 그 점을 놓쳤던 거고요. 어쩌면 '보편성'에 대한 강박관념이 그 이유였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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