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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개인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개안수술과 운전면허. 내친김에 이번 구정 연휴에 전자부터 해치웠다. 내 눈은 라식이 안 된다기에 노터치란 수술을 받았다. 통증이 좀 있으실 거예요. 간호사의 눈매가 애처롭게 일그러졌다. 아, 예. 각오는 했지만 그 정도이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아팠다는 뜻이다. 이틀간 암흑이었다.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와 눈꺼풀이 야구공만하게 붓는 바람에 도대체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주기적으로 눈가에 말라붙은 눈꼽이라도 떼 주지 않으면 이대로 영영 눈이 붙어버릴 것 같았다. 아프면 처량해지는 법이라, 이대로 영영 눈을 감게 되는 것은 아닐까, 주책 맞은 생각을 해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그 암흑을 통과하고 바야흐로 삼일째, 게슴츠레하게나마 다시 눈을 뜨고 부옇게나마 다시 보게 되었을 때의 그 환희란. 그야말로 말그대로 새.해.가 도래한 것이다. 할렐루야.
보이지 않는 삶의 가장 큰 맹점은 심심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눈을 감고 있던 이틀 동안 또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새로운 견해와 엉터리 같고 사랑스러운 발상들이 전해지고 논해지고 사라져갔을까. 보고 읽는 것을 즐기다 못해 어느 정도는 중독되어 있는, 어쩔 수 없는 시각중심적 인간인 나는 눈을 뜨자마자 무엇이든 읽을 것을 찾아 헤맸다. 마침 눈에 띈 것은 며칠 전 사다 모셔놓은 2월호 <GQ>! 그리고 마치 계시처럼, 신기주 기자의 글이 나타났다. '나는 무엇을 기록하는가'라는 제목이 달린 그 글에서 그는 '저널리스트의 본분은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며 '기록의 가치를 훼손하는 방구석 저널리스트'의 습성을 떨칠 것임을 분분히 다짐하고 있었다. 아마도 몇 달 전 진행했던 '손석희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크리틱 꼭지로 손석희 아나운서의 항의 전화를 받았던 모양이다. 당시 전화 상 '토론'의 요지를 적은 후 그가 내린 결론 "현장과 부딪히지 않는 기사는 소비될 수밖에 없다. 기록하지 않는 기사는 생명력이 없다"라는 문장들이 <해리 포터>의 하울러처럼 귓가에 쩌렁쩌렁 울렸다. 기록하지 않는 기사는 생명력이 없다. 나도 알고 있다. 팩트가 부족하면 수사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이것은 절대로 반박의 의미가 아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기록하는가, 라고 생각한다. 특히 신속, 정확한 정보 전달이 보도의 제 일 목적인 실시간 매체, 일간지가 아닌 월간지의 경우에는 더더욱. 태생이 그렇다. 한발 늦은 만큼 한 뼘 깊던가, 한 각도 삐딱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의 정보를 재가공한 것이 월간지의 주력 콘텐츠가 되는 것이다. 객관적 진실을 토대로 주관적 진실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랄까. 기록의 대상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다/아니다로 규정지어지거나 옳다/그르다로 판단될 수 없고, 따라서 팩트의 범주로 묶이기 어려운 많은 의견과 취향들이 월간지에는 기록된다. 그렇기에 월간지에선 때론 주관적이고 비전형적인 기획이 가능하고, 그것이야말로 월간지의 캐릭터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신기주 기자가 자신의 글에서 예로 들었던 '손석희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기사에 대해서, 그 대담하고 창의적인 발상에 대해서 나는 지지한다. "본인에게 알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그에 대해서 묻는 것이 예의가 아니며 직접적으로 그를 취재하지 않고 간접적인 의견을 모아서 쓰는 방식은 긍정적이지 않다"는 손석희 아나운서의 반박 역시 충분히 존중하지만 손석희 아나운서가 다만 '손석희'라는 개인이라기보다는 인구에 공공연히 회자되는 중요한 언론인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한국 언론의 보도 형태의 한 스타일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손석희'라는 이름을 언급할 때 그 기표에서 연상되는 사회적인 기의가 있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 사회의, 하나의 '현상'이며 따라서 그에 대한 각계의 의견과 취향은 (물론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팩트는 아닐지라도)기록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손석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은, 여론을 불러 일으키는 구체적인 촉매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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